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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9년 한국 최초의 영화가 탄생한 이래 지난 100년 동안 우리 영화사는 다채로운 얼굴들로 수놓였다. 그저 서구의 것을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특한 질감이 있는 한국 영화가 뿌리 내리게 된 데에는 개성 넘치는 연기파 배우들이 필수불가결했다. 이에 매일경제신문과 CGV 리서치센터는 전국 영화 관객 1200명에게 `한국 영화 최고의 남녀 배우는 누구인가` 에 대한 설문(역대 대종상 수상자 중 선택·중복 응답 허용)을 진행했고, 그 결과 남자 최고 배우에는 56.2% 지지를 얻은 송강호, 여자 배우에는 58.9% 득표율을 기록한 김혜수가 뽑혔다.

 송강호는 이견을 찾기 힘든 현존 한국 최정상 배우다.

 지난달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에서도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꼽혔으나 출연작 `기생충` 이 황금종려상을 받는 바람에 아쉽게 무산됐다. 그는 "상을 하나밖에 안 준다면, 당연히 황금종려상을 수상해야 하지 않겠냐" 라며 무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오는 8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제72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엑설런스 어워드` 를 받는다. 2004년부터 수여하고 있는 이 상은 독창적이고 뛰어난 재능으로 영화 세계를 풍성하게 하는 데 기여한 배우에게 시상한다. 수전 서랜던, 존 말코비치, 이자벨 위페르, 쥘리에트 비노슈, 에드워드 노턴, 이선 호크 등이 받았다. 평단뿐 아니라 관객도 그의 연기를 사랑한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그가 출연한 영화 중 관객 동원 500만명을 돌파한 작품만 13편에 이르며 이 중 1000만 영화는 `괴물` 부터 `변호인`, `택시운전사` 까지 세 작품이나 된다. 기존 작품보다 힘을 확 뺀 연기를 선보인 `기생충` 도 지난 20일까지 872만명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 수 1억명을 처음 넘긴 것도 그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열심히 하는 배우로 워낙 유명하다" 며 "`살인의 추억` 같이 굵직한 작품이 관객들에게 현재의 송강호를 각인시켜줬다"고 말했다.

 관객을 향한 그의 호소력은 연극판에서 다진 탄탄한 연기력에서 비롯됐다. 1991년 극단 연우무대에 입단하며 배우 생활을 시작한 송강호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에 출연하며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름을 크게 알린 작품은 `넘버 3` 로, 그가 말을 더듬으며 `헝그리 정신` 을 강조하는 장면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연출자들은 송강호가 지닌 대본 이해력·해석력을 높게 평가한다. `변호인` 의 양우석 감독은 "연극 3요소인 희곡, 배우, 관객을 모두 잘 이해하고 있는 배우" 라며 "자신이 대본을 해석해 연기했을 때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결과물까지 읽어낸다" 고 말했다. 다음달 24일 개봉하는 `나랏말싸미` 에서 송강호는 세종대왕으로 분해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최고의 여자 배우로 뽑힌 김혜수는 16세에 `깜보` 로 데뷔한 이래 장르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연기로 스크린을 종횡무진해왔다. `신라의 달밤' 과 `좋지 아니한가` 에서 선보인 능청스러운 코미디나 `타짜`, `도둑들` 에서 보여준 팜파탈 이미지까지 옷을 자유자재로 바꿔입으면서도 `김혜수표` 로 해석해내는 게 강점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관객들은 김혜수가 10대부터 20대, 30대, 40대까지 기복 없이 커리어를 이어온 것을 좋게 평가했을 것" 이라며 "장르도 아트 영화부터 상업 장르까지 다양하게 소화하면서 여성들의 `워너비` 이자 셀러브리티로서 이미지를 확실히 구축했다" 고 했다.

 각종 장소에서 소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도 김혜수가 강력한 지지를 받는 이유로 풀이된다. 그는 남우주연 위주인 한국 영화계를 비판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등 발언을 자주 해왔다. 정지욱 평론가는 "자기 생각을 또렷하게 밝히는 건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되는 부분" 이라며 "작년 `국가부도의 날` 에서는 여성 지도자 역할을 맡아 `미투` 열풍 이후 여성 목소리가 자신을 통해 나오도록 했다" 고 말했다.


 송강호 뒤로 최고 남우 2~5위는 황정민(44.8%) 이병헌(39.2%) 조승우(30.3%) 최민식(25.4%)으로 이어져 대체로 배우별 관객 동원력을 따르는 모습이었다.

 2위에 오른 황정민은 `국제시장`, `베테랑` 등 1000만 영화를 두 편이나 보유하고 있는 흥행 보증 수표이자 선굵은 연기를 선보이는 실력파 배우로 평가받는다. 배역을 가리지 않는 연기 열정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영화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유명세를 얻기 전 황정민이 `살인의 추억` 에서 "향숙이?" 라는 대사를 유행시킨 `백광호` 역을 맡고 싶어했으나 봉준호 감독이 `너무 잘생겼다` 는 이유로 고사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여자 배우는 김혜수 다음으로 손예진(39.9%) 전도연(31.5%) 문소리(26.9%) 전지현(25.2%)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현 세대 3040 배우들 인지도가 고루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3·4위에 오른 전도연과 문소리는 국내외 평단에서 두루 호평받고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왔음을 고려해보면 영화계 평가와 관객 인기 사이에 다소 편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지욱 평론가는 "아무래도 우리나라 영화에서 여자가 주연으로 활약하는 사례가 미미해 여성 배우는 드라마나 CF에 자주 출연했을 때 관객에게 인기를 끌기에 더 유리하다" 며 이번 설문 결과에서 한국 영화계 성 편중을 살펴볼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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