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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익명 닉네임(ex: 내사랑 치킨) : 피터 파커



이제 개강이 머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방학은 슬슬 노는 것도 지칠 정도로 아무 일이 없던 날의 연속이었다. 아, 가끔 재밌고 신기한 일들이 생기긴 했다. 아주 조금. 마치 볼드모트에게 죽지 않기 위해 마법을 썼던 해리포터처럼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실패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ㅡ 결국 전공 하나, 교양 하나 사이좋게 놓쳐버렸지만 말이다 ㅡ 수강신청 날 정도가 지루했던 방학날의 몇 안되는 예외였다.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내가 사람이 아닌 나무 늘보가 된 느낌이었다. 이러다가는 생리 현상을 위해 나무에서 내려오다 잡아먹히고 마는 그 불쌍한 늘보 마냥 내 삶도 '정체기'라는 놈에게 온 청춘을 잡아먹힐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흐름을 깨고자, 그리고 다음 학기에도 성적장학금을 받고자 벌써부터 전공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활 패턴을 바꾸어가던 어느 날, 난 네 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


 말 그대로 갑자기였다. 방학 동안 너와 메신저를 통해 대화한 날은 불과 하루 남짓이었고, 그 외 어떠한 커뮤니케이션이나 물리적인 만남은 존재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종강하고나서는 연락도 거의 안 하고 만나지도 않았던 친구가 갑자기 떠올랐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었다. 갑자기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흠, 그 친구의 얼굴이 잘생겨서일까? 잘생긴 건 사실이지만, 아마 그것 때문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내가 인복을 걷어차는 사람이라고 해도 내 주위에는 잘생기고 예쁜 애들이 여러 명 있는데, 그 여러 애들 중 오직 그 친구만 떠올랐으니까 말이다. 그러면...... 그 친구가 내게 친절해서 그런 걸까? 이것도 아닌 것 같다. 나는 그 친구의 다양한 모습을 봐왔다. 자신에게 부당한 일에 화내는 모습, 술에 취해 말과 웃음이 많아지는 모습, 그리고 수업시간에 뒤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까지 많은 그 친구의 모습을 경험해보았다. 친절한 모습만을 봐온 게 아니니 그 이유는 아닐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추리해보자면, 그 친구의 목소리가 듣기 좋은 톤이라서 그런 걸까? 걔의 목소리는 뭔가 신나는 듯 하면서도 매력이 가득 담긴 목소리이기 때문에 뭔가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아닌 것 같다. 슬슬 목소리도 기억이 안 날 지경이거든. 안 본 지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으니 목소리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아아, 진짜 모르겠다. 6월 때 전공 기말고사 시간에 봤던 문제들보다 더 답이 감에 안 잡힌다. 


누군가는 나에게 그냥 '그랬구나'하고 넘기면 될 일을 이렇게 오래 생각하고 글로 남기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떠오른 사람이 그 친구이기에, 나는 그냥 이 일을 방학 때에 있었던 하나의 잊을 수 있는 해프닝으로 두기 싫었다. 그 친구는 내게 굉장히 소중한 사람이었다. 소심한 나에게 대범하게 다가와 준 친구였고, 삶에 무심했던 내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 친구였다. 그런 친구라서 조금 더 내 시야 속에 담고 싶었고, 내 기억 속에 더 많이 담고 싶었던 친구였다. 그랬기에 그 잠깐의 떠올랐던 모습을 가지고 이렇게 오랜 생각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아직 이게 무슨 느낌인지 감이 잡히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리움일 수도 있겠고, 어쩌면 색다르게 느껴보는 우정일 수도 있겠다. 어떤 감정이든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사실 나는 네가 비오는 날에도 생각났고, 눈 오는 날에도, 화창하다 못해 햇빛이 찬란한 날에도 생각났다. 비가 오는 날에는 그 비가 그칠 때까지 나의 외로움 앞에서 조용히 앉아 너가 따뜻한 물을 함께 끓여 마시길 바랐다. 눈 오는 날에는 그 눈이 다 마를 때까지 나의 고독 앞에서 네가 말없는 눈사람처럼 서 있어주길 바랐다. 맑은 날에는 눈부신 햇볕에 내 가슴이 타들어가면 네가 나를 위해 그늘을 만들어주길 바랐다. 하지만 내 처지를 알기에 결심했다. 네가 언젠가 나와 똑같은 바람을 갖게 된다면 나는 말없는 눈사람이 되어주는 사람, 따뜻한 차를 같이 마시는 사람, 그리고 너를 위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언젠가 너와 함께 어느 한적한 계곡에서 그늘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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