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가구가 늘면서 집 안의 인테리어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봄이 되면 한층 더 화사해진 거실을 꾸미기 위해 다양한 실내 화분을 들여놓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맘때쯤 동물병원을 찾는 사례 중에는 반려묘가 집 안의 식물을 뜯어 먹고 구토나 침 흘림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람에게는 무해한 식물이라도 고양이에게는 치명적인 독소를 지닌 경우가 있어서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잎사귀를 탐색하고 장난감처럼 여기며 물어뜯는 행동을 한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반려묘는 야외에서 풀을 뜯어 먹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화분의 잎이 유일한 초록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어떤 식물이 위험한지, 어떤 식물이 안전한지에 대한 정보 없이 무심코 들여놓은 화분 하나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반려묘에게 유해한 식물이 왜 이렇게 많은지 살펴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대부분의 독성 식물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불쾌한 맛이나 독성 물질을 잎과 줄기에 축적해 왔다. 고양이의 간은 사람과 달리 특정 식물성 화합물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전혀 문제없는 성분도 고양이에게는 간 손상이나 신경계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백합과 식물의 경우 꽃가루 한 톨만 핥아도 급성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많은 집사가 꼭 알아야 할 사실이다.
봄에 특히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위험 식물로는 튤립과 히아신스가 있다. 이 구근 식물들은 알뿌리에 독성 물질을 집중적으로 저장한다. 고양이가 화분을 파헤치며 구근을 물어뜯으면 심한 위장관 자극과 함께 경련, 호흡 곤란까지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봄맞이로 거실에 들여놓는 프리지어, 수선화 역시 비슷한 위험을 지니고 있다. 수선화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구토와 설사는 물론이고 심할 경우 혈압 저하까지 초래한다.
관엽식물 중에는 디펜바키아와 몬스테라가 특히 위험하다. 이 식물들의 즙에는 옥살산칼슘 결정체가 들어 있어 고양이가 잎을 씹으면 입안과 혀에 심한 자극과 부종이 생긴다. 침을 과도하게 흘리고 먹기를 거부하며 앞발로 입을 긁는 행동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몬스테라는 최근 인테리어 식물로 인기가 높아 거실 한편에 크게 자리 잡은 경우가 많은데, 반려묘와 함께 산다면 그늘진 자리로 옮기거나 고양이가 접근하지 못하는 공간에 두는 것이 안전하다. 같은 옥살산칼슘 계열인 스투키와 산세베리아도 잎 끝이 뾰족해 물리적 상해는 없더라도 씹었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식물이다.
아보카도와 아이비도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다. 아보카도의 잎과 껍질, 씨에는 페르신이라는 지방산 유도체가 들어 있어 고양이의 심장 근육과 유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이비는 잎과 줄기의 사포닌 성분이 구토, 복통, 설사를 일으킨다. 특히 아이비는 덩굴성 식물이라 고양이가 매달리거나 흔드는 놀이 대상이 되기 쉽다. 창가에 걸어둔 아이비 화분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고양이가 잎을 물어뜯는 모습을 목격한 집사라면 즉시 치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반려묘와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식물도 분명히 있다. 고양이 풀은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다. 귀리나 보리 싹으로 자라는 고양이 풀은 소화를 돕고 헤어볼을 토해내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비단 고양이 풀이 아니더라도 캣닢은 고양이에게 행복감을 주는 허브로, 말린 잎을 장난감에 넣어주거나 화분으로 키우면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실내에서 키우는 허브 중 바질과 로즈마리도 반려묘에게 안전한 편이다. 이 허브들은 향이 강해 고양이가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설령 잎을 뜯어 먹어도 심각한 독성 반응이 보고되지 않았다.
또한 관엽식물 중에는 칼라테아와 아레카야자가 안전한 선택지로 꼽힌다. 칼라테아는 잎에 무늬가 아름다워 인테리어 효과가 뛰어나고, 아레카야자는 습도 조절에 도움이 되며 고양이에게 무해한 식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안전한 식물이라고 해서 고양이가 잎을 대량으로 섭취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식물이든 과도하게 먹으면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키우는 환경에 맞게 화분의 위치를 조정하고 고양이가 닿기 어려운 선반이나 행잉플랜트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위험 식물 자체를 집 안에 들여놓지 않는 것이다. 화분을 새로 구입하기 전에 식물 이름을 확인하고 반려묘 독성 여부를 검색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애매한 이름이나 품종이 확실하지 않은 식물은 판매처에 문의하여 학명까지 확인하는 것을 권장한다. 같은 속이라도 품종에 따라 독성 수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위험한 식물을 키우고 있다면 당장 화분을 처분하기보다는 고양이의 접근 경로를 차단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높은 책장 위에 두거나 투명 덮개를 씌우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고양이의 점프력과 민첩성을 고려하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독성 식물을 지인에게 나누어 주거나 반려동물에게 무해하다고 알려진 식물로 교체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만약 고양이가 유해 식물을 먹은 것이 의심된다면 즉시 동물병원에 연락해야 한다. 이때 어떤 식물을 먹었는지, 먹은 시간과 대략적인 양을 알려주면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먹은 식물의 사진을 찍어 두거나 잘린 잎을 비닐봉지에 담아 가는 것도 방법이다. 구토를 유도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임의로 처치하지 말아야 한다. 병원에 가기 전에 고양이의 상태를 관찰하며 안정을 취하게 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봄맞이로 집안을 새 단장하는 것은 반려묘와의 공동 생활에서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초록의 싱그러움 뒤에 숨겨진 위험 요소를 간과한다면 소중한 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화분 하나를 들여놓을 때마다 고양이의 눈높이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집 안의 풍성한 초록이 반려묘의 건강을 해치는 장식이 되지 않도록, 안전한 선택지를 중심으로 봄날의 정원을 꾸며보자. 반려묘가 화분 곁에서 편안히 낮잠을 자는 모습은 그 자체로 집안의 평화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신호라 할 수 있다.